유치원 비교, 선택 그리고 후기
안녕하세요. 소소드리머입니다. 오늘은 유치원 선택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만 3세 (=우리가 보통 말하는 5세)가 되면 어떤 유치원을 보내야 하는지 고민이 됩니다. 주변 지인 중에 내년 유치원 선택을 놓고 고민하더라고요. 딱 1년 전 저처럼요.
유치원 선택이 얼마나 힘들면 엄마들이 그냥 유치원을 누가 정해줬으면 좋겠다고 하소연합니다. 초등학교 같은 경우는 주소에 따라 딱 정해져 있는데, 유치원은 선택의 폭이 넓고, 정답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모두에게 좋은 유치원도 모두에게 나쁜 유치원도 없고... 남편과 상의하면 그냥 아무 데나 보내면 되지~라는 대답뿐.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될까요? 제 의견은 되도록이면 많은 정보를 취하고 긴 시간을 두고 심사숙고하여 선택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커뮤니티(=인터넷)와 말로 전해 들은 평판은 참고하지만 유치원을 꼭 직접 가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방문이 어려우면 유치원 건물과 주변 환경을 살펴보세요.) 발품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유치원 설명회를 다녀오면 당장 그 유치원이 제일인 것 같은 착각이 듭니다. 너무 마음에 들더라도 여러 곳을 다녀오셨으면 합니다. 결정은 천천히, 섣부른 판단은 금물입니다.
1. 유치원 비교
제가 다녀온 총 5곳의 설명회와 특징을 아래 표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구분 | 특징 | 견해 |
A 유치원 (17년 개원, 원아수 150명) |
기본 누리과정 : 요리, 과학실험, 놀이수학, 텃밭 활동, 독서(책 대여) 방과후과정 : 블록, 발레, 영어, 음악, 로봇, 드론 시설 : 공기청정기, CCTV 설치가 잘 되어 있음. 유치원 규모가 작은 편. |
요즘 엄마들이 좋아할 만한 것을 모두 갖춘 유치원. 공기청정기, CCTV 설치가 과하다 싶을 정도로 잘 되어 있음. 미세먼지가 나쁜 경우 철저하게 외부 활동 차단. 코로나 시국에 마스크 착용에 대해 아주 엄격함. 젊은 느낌의 아기자기 예쁜 유치원이나, 아이교육의 깊이(경력, 노련함)는 조금 부족해 보였음. |
B 유치원 (03년 개원, 원아 수 350명) |
사고력을 늘려주는 교육. 자연친화체험(텃밭), 생명체험(곤충 키우기), 밧줄 놀이터, 보건 교사 상주, 독서(책 대여) 시설 : 원아 수가 많은 만큼 건물 규모가 아주 큼. 모래놀이터와 뒷산 텃밭, 밧줄 놀이터 보유. |
대규모 인원. 건물이 너무 거대하고 복잡한 편. 건물과 주변환경이라는 스펙을 봤을 때는 더할 나위없었음. 외부 활동(=견학) 없어도 기관에서 다양한 활동을 가능함. 체계적 시스템이 정착되어 있는 장점이 있으나 단점으로는 융통성이 조금 부족해 보임. 선생님과 학생들은 거대한 시스템의 부속품으로 느껴지는 경향이 있었음. (개인적 느낌) |
C 유치원 (03년 개원, 원아 수 200명) |
긍정인성, 생각하는 힘, 주도적 문제해결, 방과후과정 : 모래놀이, 구연동화, 발레, 바둑, 영어, 블럭 시설 : 오래된 건물. 모래놀이터가 있음. |
다른 유치원에 비교하여 엄격함이 덜하고 자유로운 느낌의 유치원. 아이의 자존감을 중시하고 소극적인 아이들도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도록 함. 촌스러운 원복과 세월이 느껴지는 건물이지만 모래놀이 놀이터와 대강당 등 필수적 시설은 갖추고 있음. |
D 어린이집 (10년 개원, 원아 수 200명) |
<자연, 체험 놀이> 어린이집임에도 불구하고 방과후과정이 다양함. 텃밭을 일구는 자연 친화적인 기관. |
자연과 함께 뛰어 놀았으면 좋겠다하는 부모님이라면 딱인 어린이집. 산과 인접하여 텃밭이나 모래 놀이터가 아주 만족스러움. 고지대라서 도보 등원은 조금 어려움. 어린이집은 특성 상 선생님들의 연령대가 높고 포근한 느낌. 교육보다 보육의 중점이 있기 때문에 5세 이지만 아기처럼 대함.(= 장점이자 단점임.) 자립심이 강하고 언어발달 신체 발달이 빠른 친구들은 어린이집 보다는 유치원을 추천. |
E (유치원 연계) 어린이집 (12년 개원, 원아 수 100명, 5세만) |
<숲 놀이> 5세 어린이집 6,7세 유치원으로 연계. 산과 인접하여 산책과 숲놀이를 중점으로 함. 텃밭은 상대적으로 협소. |
유치원 보내기에는 우리 아이가 아직 안심이 되지 않는다는 부모들이 어린이집을 많이 보내는데, 이 어린이집 같은 경우는 유치원이 연계되어 있어서 보내고 있는 부모의 만족도가 높음. 숲 유치원이라는 말 처럼 산책 숲 놀이를 자주 나감. 야외활동을 즐겨하는 아이들에게 좋음. 어린이집이라고 하지만 사실상 유치원과 유사하여 특별활동 등에 부족함이 없음. |
설명회를 다녀오면 표현 방식이 다를 뿐 그 핵심내용은 대동소이합니다. 그 가운데 차이점을 발견하고 선택을 해야 하니 얼마나 어렵습니까?! 그래서 저는 어떤 유치원/어린이집을 선택했을까요?
2. 아이 성향 고려와 유치원 선택
설명회 5군데를 다녀오며 느낀점은 유치원마다 중점을 두는 것이 다르다 였습니다. 저희 지역 같은 경우는 국공립 유치원이 거의 전무하다시피 해서 사립 유치원을 선택했어야 했는데 사립 유치원은 원아를 유치하기 위해 마케팅을 해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 원은 다른 원이라 다르다. 이런 점이 우리 원의 장점이다 하고 홍보 아닌 홍보를 합니다. 저 역시 그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비판적으로(=좀 삐뚤어지게) 정보를 받아들이려고 했습니다.
저는 처음에 교육에는 관심없어! 어린 나이에는 무조건 잘 노는 것이 좋아!라고 생각하는 사람으로 유치원은 뭔가 배우러 간다는 인상이 강해서 어린이집을 보내려고 생각했습니다.
가족이나 지인이 조언을 안 해줬더라면 저는 어린이집을 보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조언을 들을 때 아이 친구 엄마들의 조언보다 선배 엄마들의 조언이 정말 정말 중요합니다. 저 또한 유치원을 보내본 엄마들의 조언이 정말 중요하고 감사했습니다. 만약 주변에 선배 엄마들이 없다면 맘카 페나 저처럼 유치원을 다니고 있는 엄마들의 글을 많이 읽고 참고하는 게 좋겠습니다.
저희 아이는 1월생으로 친구들과 비교하면 아무래도 언어, 신체 발달이 빨랐습니다. 어린이집에서 아기 취급을 받으면 자존심이 상해할 것이고 오히려 주변 친구들과 놀면서 발달이 퇴화할 수도 있다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중간 규모(=원아 수)의 자유로운 분위기의 C 유치원을 택하게 되었습니다.
3. 유치원 후기
1학기 유치원을 다녀본 결과, 저는 아주 만족스럽니다. 그냥 놀러 가는 느낌으로 유치원을 가는데 가서 노래와 율동을 배워오는 것을 보면 신기합니다. 자신을 표현하는 것이 더 좋아졌습니다. 선생님과의 면담과 전화를 통해 이야기를 나눠보면 아이를 존중해 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건 선생님을 잘 만난 덕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 요즘 코로나로 인해 매일 등원하지 못하는 게 너무 안타깝습니다.
유치원을 선택할 때 원비도 중요합니다. 우리 아이만 잘 봐준다면 원비 따위는 중요치 않아!라고 생각했었는데...
원비와 아이/부모 만족감이 비례하지 않습니다. 정말 중요한 이야기입니다. 유치원을 보낸 후 주변을 살펴보니 비싼 사립 유치원이라고 우리 아이를 더더 잘 케어해주는 것이 절대 아니였습니다.
코로나 19로 인해 3월~5월 휴원 시기 때 유치원의 민낯을 많이 봤습니다. 긴급 보육을 가는데 한 달에 하루만 갔는데 원비를 받는다는 유치원이 있기도 했거든요. (유치원 재정상황도 어렵겠지만, 하루 가고 원비를 다 받는 건 상식 수준에서 벗어납니다.) 저희 유치원은 휴원기간에는 원비를 일절 받지 않더라고요. 가정 보육한 원아뿐 아니라 긴급 보육한 원아들에게도 원비를 안 받고, 감사했습니다.
원장 선생님이 중요하다는 말 많이 하잖아요. 저도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경력이 오래된 원장 선생님은 아무래도 노하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신설 유치원보다는 역사(?)가 있는 유치원을 개인적으로 추천드립니다. 저희 유치원 원장 선생님 칭찬을 하자면, 경력도 경력이지만 교육철학이 있으신 분이라서 좋았습니다. 엄마들 입김에 따라 이리저리 갈대같이 흔들리는 원장님도 계시거든요. 좋은 방향이든 나쁜 방향이든 철학 신념이 있어야 큰길을 잃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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